내면을 발견해 준 사물이 있나요?

5년 전 경기도 이천 시청의 지원을 받아서 서른 명의 공예가를 컨설팅한 적이 있어요. 한 공예가의 부탁으로 컨설팅이 다 끝나고 밤 10시에 친구분의 작업실에 갔어요. 그 작업실의 문을 열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공예가 너머로 보이는 검은색의 차 도구 흑자를 보고요. (김진완 작가의 '소사요')

그땐 차를 전혀 마시지 않았었는데 내 눈에는 너무 잘생기고 멋진 그 기물로 차 선생님을 찾아가서 다도를 배웠어요. 이 검은빛이 제 눈에 한 번에 들어온 거예요. 그전에는 검은색을 옷도 그렇고 거의 안 썼는데... 제 삶에 침범하듯이 침공하듯이 들어온 검은색이고 이 검은색의 정의를 이 선생님의 것으로 받아들였거든요. 저에게 검은색이 이 기물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아요.

- 문지윤 뷰로 드 끌로디아 디렉터

- 2023 '디파인 서울' 토크 프로그램 '사물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내면화하는 즐거움'

대체로 그의 설치 작품은 관람자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 작품 사이로 난 자갈길을 걸으며 나는 그의 의도에 적극 참여했고, 작품을 활성화시켰다.

"이우환은 걸을 때 소리가 나기 때문에 자갈을 깔았다고 해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작품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게 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계속 자각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 책 '내 곁에 미술' , 안동선 지음

- 책 '내 곁에 미술' , 안동선 지음

나는 권현빈의 돌조각이 놓인 공간에서 '이곳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다른 차원으로 흐른다'는 서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아득하고 평온한 기분에 젖었다.

"그건 아마도 돌이 지닌 시간성 때문일 거예요. 그런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각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는데 그 상황과 선택을 굉장히 단순화해서 보면 결국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속에서 자기만의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 관점에서 돌이라는 것은 함께하기에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 책 '내 곁에 미술' , 안동선 지음

언젠간 이수경 작가의 커다란 페인팅을 사고 싶지만 지금은 3D로 만들면 손바닥에 사뿐히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은 불꽃 드로잉으로 만족한다. 이 작지만 생명력 넘치는 불꽃은 책상 위 선반, 침대 머리맡 등으로 부지런히 자리를 옮겨 다니며 금쪽같은 위안과 정화의 순간을 선사한다.

- 책 '내 곁에 미술' , 안동선 지음

1. "나의 컬렉션은 사적인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컬렉터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런 말을 무시로 흘려들었는데 실제로 컬렉팅을 해보니 순도 높은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2. 글재주라고는 없는 내가 다른 표현 수단을 찾을 길이 없어 버라이어티한 고생담을 지어내며 여기까지 왔다. 때로는 징글징글한 밥 벌이였으나 대개는 질리지도 싫증나지도 않는 매력적인 무엇이었다.

3. 2021년 5월,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린 곽상원, 박신영 작가의 2인전 'Far in My Mirrorㅡ거울보다 낯선'에 갔다가 박신영 작가의 작품 중에 겨우 남은 두 점 중 하나를 샀다......다시 그의 판화 작품을 보면서 내가 이 작품에 끌리는 이유를 알게 됐다. 판화 작업의 '컨트롤해야 함'과 '컨트롤할 수 없음'의 끝없는 평행선 속에서 나오는 긴장감, 그 속에 내 업을 투사하고 있다는 걸.

4.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지리멸렬한 상태가 계속되는 와중에 목적의식과 유대감을 양손에 쥐고 나아가는 것......이 작품을 볼 때마다 새삼 세상에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과 여러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 메워지고 단단해지고 예뻐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어레인지하는 내 일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책 '내 곁에 미술' , 안동선 지음

- 책 '내 곁에 미술' , 안동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