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예술가나 과학자들은 광기에 자신을 내맡긴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자신의 작업에 진지하게 몰두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었죠.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천재들이 작업을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비범한 집중력으로 유-무형의 지식을 빨리 흡수하고 유연하게 사고했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하늘에서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마지막 한 방울이 물을 넘치게 하는 것처럼, 지식과 생각이 꽉 차 있을 때 우연한 자극이 다가왔을 뿐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천재의 삶에서 배워야 할 점은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사과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자기 일의 기본을 성실하게 배워온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이제 창의성의 자세도 훌륭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창의성은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특별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에요. 말했죠? 창의성은 하나의 태도라고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광고업계에도 환상을 가진 신입 사원들이 계속 들어와요. 틀에 갇히지 않은 아이디어, 엉뚱한 발상이 무기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광고에서 '틀'이 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결코 틀을 깰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랬죠. 어떤 분야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내려면 일단 어떤 식으로든 성실하고 진진하게 기본을 배워야 해요. 그래야 그걸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당신은 창의성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예요. 충분히. 창의성은 감각의 문제가 아닙니다. 창의성은 태도의 문제예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광고 회사에서조차 '통통 튀는 젊은 감각'만으로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요. 저는 오히려 성실함과 진지함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성실함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성실함이 아니라 주어진 일과 때로는 주어지지 않은 일까지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성실함이어야 합니다.

목욕물이 넘치는 걸 보고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나, 떨어지는 사과에서 영감을 얻은 뉴턴의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건 그들이 각자의 주제에 일정 기간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는 거예요. 그랬기 때문에 늘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을 연구 주제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그들이 성실하게 궁리를 하고 있을 즈음에 마침 그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들의 생각과 자연의 현상이 만난는 순간, 짠! 신비로운 깨달음이 싹튼 겁니다.

그건 신의 번개가 내리쳐서 한순간 어떤 깨달음을 불어넣어주는 것과는 전혀 달라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김하나 지음

1. 모든 사람은 창의성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마치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도 같아요. 우리는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거창하고 드라마틱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소박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알잖아요. 할머니는 손주를 사랑하고, 초등학생은 짝꿍을 사랑하고, 팬은 아이돌을 사랑하고, 연인들은 서로를 사랑하죠. 친구를 사랑하고, 강아지를 사랑하고, 맥주를, 음악을, 지구를 사랑할 수도 있어요.

우리를 벌레라고 생각해봐요...... 조그만 벌레가 풀숲을 헤치고 다니듯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풀숲엔 신기한 게 많아요. 온갖 냄새를 품은 흙 앍갱이, 이끼, 다른 벌레들, 온갖 풀들, 떨어진 나뭇잎, 지렁이, 이슬방울...... 볕 좋은 어느 날, 여린 풀잎 위에 앚아 있던 당신과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봐요. 까마득한 높이에 나뭇잎들이 가득 걸려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커다란 나무 아래 그늘이었던 거죠. 평소엔 나무를 올려다볼 필요가 없었어요. 나무는 우리가 어찌해볼 수도 없이 거대한, 원래부터 거기 있던 것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지거나 하지 않을 존재니까요. 그건 그냥 당연한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날 때부터 거대한 나무는 단 하나도 없어요. 모두 여리고 볼품없는 어린 나무로부터 자라났다고요. 벌레인 우리가 보기엔 세상이 끝날 때까지 끄덕없을 것 같던 그 우람한 나무 또한 언젠가는 말라버리기도, 쓰러지기도, 벼락을 맞아 타버리기도 할 겁니다. 태어난 것은 죽으니까요. 하지만 커다란 나무는 그 그늘 아래 엄청난 생태계를 만들어내지요. 그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나 뿌리로부터 또 다른 나무가 자라나기도 하고요. 그렇게 풍성한 숲이 이루어지는 거예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1. "겨자씨 안에 수미산이 들어 있다"는 말이 있대요. 씨앗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들어 있어요.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씨앗들이 어떻게 싹터서 어떤 아이디어로 자라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 안에서 돌아다닐 씨앗이 되는 것들은 대체 뭘까요?

2. 우리가 반짝임을 발견하는 순간, 그건 우리 안에 들어와 씨앗이 됩니다. 간단하죠? 발견만 하면 돼요. 그러면 그 아이디어 씨앗들은 우리 안의 어딘가를 떠돌다가 싹틀 조건이 되면 싹을 틔웁니다. 어떻게 그런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지는 몰라요. 700년 된 연꽃 씨앗이 꽃을 피우는 것처럼 아이디어는 그렇게 싹을 틔우고 자라납니다. 

3. 풀이나 나뭇잎 하나도 아이디어이고,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도 아이디어이고,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면 그 숲도 아이디어인 거예요.

4. 반짝임들은 밤하늘처럼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에요. 아주 가까운 곳에, 바로 우리 주변에 가득해요. 반짝임을 발견하면 할수록 우리 안의 씨앗들은 더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땅으로 치면 비옥해지는 거죠.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서로 부딪치고 섞이며 싹트고 자라날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모두의 경험은 다릅니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여행을 가고, 다른 책을 읽죠. 각자의 삶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반짝임을 발견하고 그걸 따라가면 자신만의 창의성의 세계로 어느새 들어서 있게 될 거예요. 

5. 일상에서 아이디어 씨앗들을 발견하는 버릇을 들이면 그것들이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발견이 가장 좋은 창의성 훈련이지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1. 'OO분식'이라는 분식집이 있어요......여러모로 작고 좁은 집이에요......어느 날 넷이 가서 주문을 해놓고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 앉아 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텔레비전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벽에 붙은 간장, 고춧가루, 식초병들을 5센티미터가량 안쪽으로 옮겨놓으시는 거예요......아주머니가 테이블 끝을 잡더니 테이블 전체를 10센티미터가량 벽에서 떼어놓으셨어요. 그러더니 말씀 하셨죠. 

"이러면 좀 낫지."

......벽에 기대어 있던 양념병이 떠어지지 말라고 안쪽으로 미리 당겨두는 걸로 짐작할 수 있듯이, 세 명 이상이 가면 항상 그렇게 테이블을 옮겨주시죠.

2.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천재들의 눈부신 창의성만을 우러러보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그건 분식집 아주머니의 작은 행동에 깃든 것과 같은 태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3. 아주 사소한 차이, '이게 좀 더 낫다'고 느끼는 어떤 상태를 만들려고 한 사람들이죠. 식탁을 당겨 편히 식사를 하게 해주든, 날씨와 맥주를 동시에 즐길 방안을 찾든, 수많은 전단지 사이에서 자기 것을 보게 만들든, 고춧가루로 치즈의 맛을 매콤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든 말이에요.

천재와도 한참 거리가 멀죠.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전혀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와 마주쳤던 지점에서 그들의 선택은 분명 반짝였고, 그 순간의 반짝임을 아이디어라 부를 수 있는 거죠. 그건 그들이 만들어낸 반짝임이지만, 내가 그걸 발견하고 '아이디어'라고 호명하는 순간 내게로도 옮겨옵니다. 내게 '씨앗'이 되어서 들어오는 거예요.

4. 그러니까 '이러면 좀 낫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르게 생각하려는 태도 없이 그저 주어진 상황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다 보면 점점 우리 안에는 벽이 급속도로 들어차버리고 아이디어의 숲은 점점 말라가지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1. 예술가의 일화는 천재, 광기, 벼락 같은 영감, 기적 등의 화려한 단어로 점철되는데, 이것은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가져옵니다. 수없이 많은 가능성의 갈래 사이에서 갈등하고 실험하고 선택해야 하는 예술가의 분투와 집중, 끈기, 성실성 등등은 저 화려한 단어들 뒤로 숨어버리기 때문이죠.

2. 예술가는 그간 쌓아온 기예를 바탕으로 순간순간 직관과 판단력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이미 장대한 스케치를 마치고 채색에 들어간 피카소는 그 와중에도 무언가 더 나은 것을 원했죠. '무언가, 이것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는 바쁜 작업 과정 중에 끊임없이 몇 걸음 떨어졌다가 가까이 다가가기를 반복하며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판단을 거듭했습니다.

그에게 "이제 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는 조금씩 조금씩 캔버스를 메워갔고 마침내 어느 순간, 스스로 '이제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붓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결과물은 우리를 압도합니다.

3. '더 나은 것'을 만들려는 예술가의 모든 선택은 아이디어라고 부를 수 있어요......'게르니카'를 놓고......'말의 콧구멍 두 짝을 어떻게 그려 넣을 것인가'에 대한 피카소의 선택도 당연히 엄연한 '아이디어'가 됩니다.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1. 우린 그냥 느끼는 만큼 얻는 거예요.

2. 캔버스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까지 걸어와서, 다시 말해 축척을 변경해서 그 모든 요소가 합쳐져 전체적으로 자아내는 특별한 감각을 느낀다면, 그것까지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됩니다. 감각은 아주 주관적인 영역이고 정답이란 없으니까 작가가 주려고 의도하지 않은 아이디어들까지도 우리는 얼마든지 얻어갈 수 있지요.

3. ...... 발견자의 몫이에요. 새는 인간에게 아이디어를 주려고 하늘을 나는 게 아니지만, 인간은 새를 보고 비행기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까.

4. 누군가의 이러저러한 새로운 시도는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지닌 사람에게로 '씨앗'이 되어 옮겨가지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1. 완성이 아닌 시도 자체의 반짝임을 발견하려는 시각은 제 친구가 배스킨라빈스에서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시키던 것과 같은 태도예요. 이런 태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데 아주 유리합니다. 

2. '아이디어의 렌즈'라는 도구는 쓰기 나름이에요. 몇 걸음 다가가고 몇 걸음 멀어지면서 부분에서도 발견하고 전체에서도 발견하려는 눈은 커다란 가능성을 열어젖힙니다.

3. 언제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죠.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그 곡이 다른 곡과 뭐가 달라서 당신이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거기에 그 곡의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집에만 칩거했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놀라운 창의성을 담고 있었어요. 아마도 그녀는 늘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이었을거예요. 남들이 보기엔 별다를 게 없는 일상과 정원 가꾸기로부터 끝없이 영감을 길어 올렸지요. 전문가 수준의 가드너였던 디킨슨에게 정원은 비를 기다리는 식물의 표정, 꽃이 피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오르는 흙 냄새, 바람에 일렁이는 식물의 몸짓을 품은 광대한 소유주였을 겁니다.

그녀는 관습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작고 크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었죠.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재발견'이란 얼마나 가슴 뛰는 말입니까. 남들이 떠받드는 것의 옆에, 그 벽 아래 그늘진 곳에 놓여 있던 무언가를 집어들어 먼지를 떨어내고 반짝임을 발견하는 것. 모든 것이 사라지지 않고, 나를 통해 살아나는 겁니다......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요.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

'도보 여행자야말로 가장 빠른 여행자다.'

1. 세상을 바꾸는 건 비판이 아니라 누군가 내디디는 한 걸음이에요.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말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나은 건 그걸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아이디어를 내는 거예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명제를 되뇌기보다는 실제로 이렇고 저런 세상을 앞당길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게 나아요.

2. 비판하기보다는 아이디어의 한 걸음을 내딛는 태도는 이미 방관이 아닌 참여이기 때문이에요. 한 걸음에 불과하지만, 방관에서 참여로 건너가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죠. 한 걸음이라도 자기 다리로 걷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운동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가 다시 태도에 영향을 줍니다.

3. 우리는 아무리 척박한 곳에서도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어요.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을.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방해하고 억압하는 벽이 있다면, 온갖 아이디어의 무릿매로 균열을 일으키고, 무너뜨릴 수 있어요.

4.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수많은 아이디어가 가능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이미 가진 것으로부터.

- 책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지음